셰프가 알아서 메뉴를 정하고 코스에 맞춰서 나오는 요리를 파인다이닝이라고 합니다. 일본식으로 오마카세라고도 하지요. 하지만 한식이라면 오마카세인지 파인다이닝인지 헷갈리네요. 아무튼 서울에 위치한 '맏뜻'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온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한식 파인다이닝 맏뜻
맏뜻이란 처음 가지는 마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한식 파인다이닝 가게를 열면서 처음 뜻을 잊지 말자고 지은 이름이 아닐까 싶네요. 얼마 전에 매튜라는 서양 파인다이닝 가게를 갖다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부모님에게도 이런 종류의 요리를 맛 보여드리고 싶어 예약을 하고 방문했습니다.
전체적으로 6가지 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스는 매달 달라지는데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니고 계절을 고려한 부분 변경인 듯합니다. 참고로 저는 2월에 다녀왔기 때문에 지금은 다른 메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녁에는 주류 주문이 필수이고 콜키지도 가능합니다.
맏뜻 메뉴
매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그리고 예약은 코스만 됩니다. 점심에는 파인다이닝 코스만 운영하기 때문에 저녁에는 약간 술집의 느낌으로 점심에는 한식집으로 보는 게 맞겠습니다.
- 점심: 12:00~14:30
- 저녁- 1부: 17:00~ 19:30
- 저녁- 2부: 20:00~ 22:30
저녁에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다음과 같습니다. 먹어본 음식들이 일반적인 맛과는 달랐기 때문에 따로 주문해서 먹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배만 안 불렀다면 말이지요.
전복새우완자죽
첫 번째 코스로 전복 새우 완자죽이 나왔습니다. 고소함이 일품입니다. 제주도에 가서 안녕전복이라는 가게에서 전복죽을 먹고 크게 감동받았었는데 그때 맛과 비슷했습니다. 내장을 압축한듯한 진함과 고소함을 베이스로 하고 새우완자의 탱탱한 식감이 어울리는 요리였습니다. 퓨전요리가 아닌 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깊은 맛이 납니다.
구절판
한식 파인다이닝 코스답게 전복죽을 다 먹고 나면 타이밍에 맞게 구절판이 나옵니다. 구절판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먹었다는 고급요리인데 아홉 개로 나눠진 판에 나오는 음식입니다. 식기가 음식의 이름이 되어버린 경우라고 합니다. 음식 역시 아홉 가지인데 각각 다른 색으로 화려한 모습입니다. 맛도 중요하지만 보기에도 이뻐서 술안주로도 좋겠습니다. 얼마나 얇게 채 썰었는지 보면서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왕이 된 느낌으로 각각의 재료를 음미하며 식사를 했습니다.
우엉잡채
잡채가 원래 이런 비주얼이었나요? 기본적으로 탱탱한 식감과 매콤한 맛이 특이했습니다. 기존에 제가 알던 잡채와는 궤를 달리하는 맛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접시가 커서 보기보다는 양이 많습니다. 저와는 다르게 어머니는 계속 어떻게 맛을 내는지를 궁금해하시면서 드시네요. 먹는 아들과 요리하는 어머니의 시선은 이렇게 달랐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셰프에게 물어보기까지 하시네요. 처음 보는 어머니의 적극성이었습니다.
두부삼합(두부, 문어, 한우양지)
처음 먹어보는 홍어 없는 삼합입니다. 마치 서양인에게 소개해줄 만한 맛으로 두부 베이스에 문어와 묵은지 양지고기가 은근히 궁합이 좋습니다. 참기름이 은근히 재료의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마법의 한식 재료인 묵은지는 역시나 느끼함을 잘 잡아줍니다. 한우 양지는 잡내하나 없고 문어는 적당히 삶아 야들야들합니다. 이 정도 요리실력과 함께 데코실력까지 있어야 한식 파인다이닝이 가능한가 봅니다.
한우곰탕
직접 삶아 우려낸 곰탕입니다. 한국인은 언제나 밥심이죠. 지금까지의 양도 작지는 않았지만 마무리로 국밥을 먹어줘야 합니다. 간은 기본적으로 맞춰 나오는데 살짝 센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맛있죠. 제가 양이 작지 않은데 여기까지 먹으니 배가 꽉 차는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맛은 그냥 잘하는 곰탕집 맛이었습니다.
후식
후식은 매실에 저린 토마토에 리코타 치즈를 올려서 나옵니다. 전통 한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먹어보면 동양적인 맛이 납니다. 토마토와 매실이 이렇게 잘 어울렸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새콤 달콤한 과일에 리코타 치즈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이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부모님들도 잘 드셨던 메뉴입니다.
이렇게 코스로 나오는 요리를 부모님께 대접하면서 조금 후회스러웠습니다. 이런 코스는 처음 먹어본다면서 좋아 하시 더군요. 평소에 더욱 잘해야 하겠습니다. 옆 테이블에는 80세는 넘어 보이는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온 듯했습니다. 보기 좋더군요. 밤에는 연인들의 이색 데이트 코스로도 좋아 보이고 특별한 날 어른들을 모시고 식사하러 오기에도 좋다고 생각됩니다.
위치 및 주차
서울 2호선 구의역 근처에 있습니다. 다만 주택 사이에 있기 때문에 차로 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차가 편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맛으로 보답해 줄 것입니다. 주차가 유일한 단점이네요. 걷기 힘드신 분이라면 주차면에서는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이상으로 부모님과 함께한 내돈내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 주소 :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387-5 1층
- 가격 : 코스 49,000원
- 주차 : 구의1동 공영주차장 이용
맏뜻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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